‘금융 아마존’ 핀다를 꿈꾸다
핀다는 대출상품에서 금융기관과 소비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에 주목하며 ‘데이터 기반 원스탑 대출 마켓플레이스’로 규제 특례(금융규제 샌드박스) 지정된 핀테크 업체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이 논의되기 전부터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문을 두드리며 일찌감치 판을 고민해왔다.
이혜민 대표는 “보통 대출상담을 받으러 가면 ‘금리 4.5% 내외에 한도 3000~4000만원 나올 것 같다. 진행하실 거면 필요 서류를 떼오시라’고 한다. 서류를 내면 그제서야 ‘기존에 대출이 있으셨네요’라며 금리 4.8%, 한도 3000만원이 가능하다는 최종 조건을 알려준다”며 “핀다는 이 프로세스를 간소화시켰다. “고객 동의를 받아 필요한 서류를 대신 준비하고 여러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최종조건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핀다는 이혜민·박홍민 공동대표가 미국에 머물던 시절 만나 2015년 창업한 회사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VC) ‘500스타트업’의 어드바이저로, 박 대표는 500스타트업의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받던 파일공유 앱 ‘선샤인’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일하던 중이었다.
이 대표는 “대출은 왜 그렇게 조건을 알기가 어려운지 등 금융과 관련된 근본적 질문을 던지다가 박 대표와 이야기가 너무 잘 통해서 한국에 들어와 창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를 설립한 뒤 이 대표는 멘토들을 찾아다녔다. 다음 공동창업자인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인텔이 350억원에 인수한 ‘올라웍스’ 창업자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 등이다. 이 대표는 “금융은 구글도 접은 사업일 만큼 쉽지 않다”며 “처음엔 멘토들에게 많이 ‘까였지만’ 논의 과정을 거치며 비즈니스 모델이 정교화·공고화됐고 결국 시드머니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문창업가’ 소리를 듣는 젊은 CEO로 성장한 이 대표는 핀다 창업 이전에도 스타트업 업계에선 꽤나 이름이 알려져있던 인물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스물넷 나이에 대기업(STX지주회사)에 다니다 창업의 길을 걸었다. 이 대표는 STX 신사업전략기획실에서 사업기회·투자를 판단하는 의사결정 업무를 주로 했다. 그는 “만약 이게 내 사업이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하며 많이 배웠다”며 “다만 인프라나 건설 등 워낙 호흡이 긴 사업이라 성공·실패 판가름이 오래 걸리자 갈증이 생겼다.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문제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창업의 계기를 설명했다.
퇴사 후 첫 창업은 ‘글로시박스’. 뷰티MD들이 큐레이션한 ‘신상’ 화장품 샘플 박스를 소비자들이 유료로 구독하는 서비스다. 커머스 전환 과정에서 IT 지원을 못 받으면서 마음 맞는 공동창업자 몇 명과 회사를 나왔다.
두 번째 창업은 유기농 식재료와 유아용품을 배송하는 ‘베베앤코’. 역시 초기 반응은 괜찮았지만 스케일업이 어려웠다. 월 유료회원을 5000명 가량 모았지만 한계가 느끼던 중 한 투자자의 소개로 실리콘밸리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의 정세주 대표를 만난다. 그녀가 세 번째 회사인 눔 코리아에서 2년 동안 CEO를 하게 된 계기다.
이 대표는 부부창업가로도 유명하다. 남편이 황희승 잡플래닛 대표다. 중학교 짝꿍이었던 황 대표가 을지로 중부시장에서 한 평짜리 사업을 하던 때부터 만나 2014년 결혼했다. 이 대표의 꿈은 핀다를 ‘금융상품의 아마존’으로 키우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재밌다”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금융에는 정말 재밌는 거리가 많단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나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등 앞서 나가는 핀테크기업과의 경쟁에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당장의 사용자 수도 중요하지만 상품을 잘 설계하고 매칭해 판매하는 것과 마케팅은 완전히 다르다”며 “우리는 아직까지 마케팅을 안했지만 앞으로 고객이 원하는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가장 좋은 상품들을 통해 신뢰를 만들어갈 자신이 있다.” 이 대표의 말이다.
“다른 핀테크 업체들이 대출상품 비교를 여러 서비스 중 한 부분으로 하지만, 우리는 회사 전체가 이걸 위해 달려들고 있습니다.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볼 자신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