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출신 스타트업 경영자·직원 10人에게 듣다] 간판만 번듯한 명함이 뭣이 중헌디?

느린 의사결정 답답해 퇴사 … 창업 결심하고도 두려움에 1년 간 사표 보류 

‘넌 너무 느리고 날 바보로 만들어’ ‘내게 큰 기쁨을 주지도 않잖아’. 대기업 출신의 스타트업 경영자·직원 10명이 말하는 대기업과의 ‘결별의 이유’다. 본지는 8월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e메일로 또는 직접 만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안정적인 대기업을 그만뒀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이 ‘사업 진행과 의사결정이 느려서’라고 답했다(복수응답). 다음으로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어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3명이었다. 그 외에 ‘재미가 없어(져)서’ ‘불필요한 업무와 경쟁에 에너지를 쏟기 싫어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아서’ 등의 이유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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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기존 대기업 근무에서도 나름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밀려 회사를 그만둔 게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능동적으로 퇴사를 결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퇴사 후 쉬지 않고 곧바로 창업하거나 스타트업에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를 후회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3명이었다. 이들 역시 현재는 지금의 일에 만족한다는 답을 덧붙였다. 날아간 고액 연봉과 높은 신용등급도 이들에게는 약간의 불편함에 불과했다. 다만 부모님과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응답자들이 있었다.

 

이들이 대기업에서 퇴사하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내가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자가 사용할 때(4명·복수응답)’였다. ‘주체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낄 때’(3명) ‘내가 성장한 것이 보일 때’(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기쁨’ ‘만족’ ‘행복’ 같은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에 뛰어든다고 마냥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고통’ ‘좌절’ ‘스트레스’ ‘책임’같은 단어들을 사용해 스타트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솔직하게 밝혔다. 스타트업 역시 이윤을 추구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라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세간에 알려진 자유로움과 가족 같은 분위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들은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스타트업 창업을 꿈꾼다면 접는 것이 좋다고 단언했다. 퇴사 후 가장 도움이 되는 대기업 경험으로는 소통 능력, 비즈니스 매너, 업무 조율 능력 등을 꼽았다.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스타트업들은 고객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들의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이하 중략) 

 

이혜민(33) 핀다 대표 | 전) STX지주 – 내 손으로 회사 만들며 ‘살아있다’ 느껴

1. STX지주에서 신규 사업 발굴 업무를 했다. 규모가 워낙 커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기여도가 낮은 것 같았다. 또 회사 전체에서 가장 높은 여성 직급이 과장인 것을 보고 미래의 ‘유리 천장’이 느껴져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다. 대리로 승진 후 본격적으로 경영대학원(MBA)·이직·창업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지인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해 일을 도와줄 기회가 생겼다. 그때 내 손으로 만들어 나가는 가치를 알아가면서 ‘일하고 있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창업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워 바로 퇴사하지 않고 1년 동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여성으로서 한계, 대기업 의사결정 과정, 미래 비전 등을 생각해 사표를 냈다.

 

2. 두 번째 창업(유아용품 쇼핑몰 베베앤코)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원들 월급을 두 달 늦게 주는 일이 생겼다. 창업가로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꿈을 안고 들어온 팀원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미 재정에 큰 타격을 입은 터라 대기업 퇴사를 후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도 회사를 나가지 않았고 나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그 후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후회한 적 없다.

 

3. 솔직히 매일 잘했다 싶다. 퇴사는 나를 돌아보고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대기업에 계속 다녔다면 평생 몰랐을 거다. 한국에서 자란 우리가 언제 자신에 대해 ‘왜?’라고 물어보겠는가. 이제는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안다. 또 핀다 서비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거나 인생을 걸고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사람들을 볼 때 정말 그만두길 잘했다 싶다.

 

4. 창업은 ‘쿨’하지 않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스타트업은 제한된 자원으로 수많은 고뇌와 노력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 진다.

 

5. 대기업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는지 배웠다. 하지만 불필요한 절차와 형식이 많았다. 꼼꼼하게 내용을 보되 과정은 과감히 생략해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6. STX지주 근무하다 4년 8개월 만에 퇴사, 곧바로 화장품 정기배송 쇼핑몰 글로시박스 창업을 시작으로 베베앤코와 모바일 건강관리 업체 눔코리아 창업, 2015년 금융상품 비교 업체 핀다 창업.

 

이코노미스트 최은경 기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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